창백한 언덕 풍경 - 가즈오 이시구로
재밌는 책이 없나 하고 인터넷에 읽을만한 책, 추천 책 들을 검색해보곤 한다
누군가의 댓글이었나,
창백한 언덕 풍경이 전 정말 좋았어요
이 한마디에, 도서관으로 향해 바로 빌려본 책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소유하고 싶지는 않아서, 사서 보고는 판매하거나 누군가에게 주거나
빌려보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창백한 언덕 풍경은
히로시마 폭격 이후 모든 것을 잃고 나가사키에 살았던 여자, 에츠코를 중심으로
전쟁 이후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배경은 어둡지만 딱딱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서 술술 읽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에츠코의 둘째딸인 니키가 방문하면서 문득 떠오른 옛날 친구를 회상하면서 이어진다.
에츠코의 첫째딸 게이코는 방안에서 나오길 거부하다, 독립을 하고는 얼마 못가 자살해버렸다.
위로 겸, 사명감을 갖고 방문한 둘째딸 니키.
첫아이의 행복을 위한다는 이유로 두 번째 남편과의 삶을 선택했지만
사실, 첫째딸이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던 에츠코
첫째딸의 아픔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직면하지도 못한 채(딸이 썼던 방에 들어가지 못한다) 지낸다.
에츠코가 내내 회상하는 사람은 첫째딸이 아닌 일본에서 친하게 지내게 된 사츠코
사츠코는 딸 마리코와 살고 있는 미망인이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딸을 위한 행복한 삶을 찾아 방황한다.
마리코는 어릴적 전쟁 직후 아기를 물에 빠져 죽여버리는 여자를 보게 되어,
그 기억으로 여자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학교도 가지 않고 새끼 고양이들과 대화가 거의 전부인 마리코
두번이나 떠나버린 남자와 미국에 가기 위해 짐을 싸는 사츠코는
마리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결국 마리코가 고양이를 데려가지 못해서 싫다고 칭얼대자 마리코의 새끼고양이들을 물속에 넣어 죽여버린다.
새로운 삶에 대한 결정
과연 마리코를 위한 행동이었을까
사츠코 자신을 위한 결정이었을까
에츠코는 사츠코를 만류하지만
사실 에츠코야말로 나가사키를 떠나 영국 남자와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첫째딸을 잃어버리게 된다
읽는 내내 사츠코가 에츠코 같고, 마리코가 첫째딸 게이코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본격적으로 책에서 제시되진 않았지만, 회상일 뿐이지만
에츠코의 발에는 늘 밧줄같은것이 걸리고, 마지막으로 치닫을 때는 마리코가 그 밧줄을 무서워하며 도망가버린다.
밧줄로 목을 매단채 먼 여행을 떠나가버린 딸 게이코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왜곡된 기억 같다는 생각,
어둡지만 재밌고,
시아버지였던 오가타상과 전쟁 이후 국수집을 차린 아주머니
그리고 사츠코와 에츠코의 대화들이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평일 저녁 책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때 읽을만한 책 한 권을 찾는다면 추천드려요.
첫 장 펼칠 때부터 느낌이 올거에요. 아 내가 이 책을 재밌게 보겠구나, 전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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