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제출 후 신속하게 진행되는 퇴사처리, 시원섭섭한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을 때, 정말 잘 그만두는거라는 확신을 주는 에피소드들도 뒤로 하고 회사 퇴사 시에는 준비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퇴사일기보다 더 중요한 퇴직금 내역
당연히 정확하게 지급될 줄 알았던 퇴직금..
근데 당연한 게 아니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상한 회사들이 분명 존재한다.
나의 경우 DC형 퇴직 연금을 입사 8개월차에 동의서를 갑자기 돌리더니, 이렇다할 설명없이 어영부영 가입 동의하여 가입한 상태였지만,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월불입금액이 정말정말 엉망~진창~의 금액이 입금되어 있었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눈뜨고 코베일뻔..(왜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으로 장난치는 것인지, 아니면 남의 돈이라 정말 사소하게 생각하는 건지)
연금에 가입되어 있다면 근로복지 공단 퇴직연금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 퇴직연금 홈페이지에서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근로복지공단 퇴직연금
관리부서에 퇴직금 산정내역서를 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은 연차 확인
눈치보여서 못 쓰거나 너무 바빠서 못 쓴 연차, 돈으로 안 돌려줄 것 같은 회사면, 확인하여 신고하거나, 껄끄러운게 싫으면 퇴사하기전 다 챙겨서 쉬는 것이 좋다. 연차를 안쓴다는 건 무급으로 회사를 며칠이라도 다닌 것이 되니까. 무급은 좋지 않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회사에 다시 연락하기 싫으니까)이직한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연말에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면, 보통 연초에 그만두게 될 경우 다른 회사에 가면 내야 하는 원천징수영수증도 퇴사하면서 미리 받아놓는 것이 좋다. 헤어진 연인과 그만둔 회사는 다시 마주치지 않는 것이 옳다. 분명 다시 연락하기 싫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챙겨놓으면 뻘쭘하고 어정쩡하고 아무 의미 없는 인사를 건네며 서류받기 위해 전화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월급이라는 총으로 노예처럼 부리려는 회사는, 정말 언제쯤 사라지는 것인지. 내 사업이 아니면 답이 없는지(하긴 사업은 어디 쉽나,,)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인격 모독을 대놓고 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니 오히려 더 악랄한 가스라이팅 형태로 진행되며, 작은 기업에서 별별 정치가 다 이루어지는, 참 희한한 회사라는 곳. 사람은 모두 많은 이면을 가지고 있을 것인데, 회사라는 곳에서는 한 사람이 가진 별로인 모습이 더 많이 부각되는 곳 같다.
이를 부득부득 갈게 하고 자려고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저 몹쓸놈도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반대로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회사에서는 딱 별로일 수 있는 것이고. 저 인간이 싫은 건 회사에서의 모습이 싫은 것이다. 집에 가서 좋은 엄마가 되고, 예쁜 아들이 되고, 누군가의 좋은 친구일 수 있는, 내가 알기 힘든 그 사람의 다른 모습까지 싫은 것이 아니다. 어쨌든 결론은 싫다. 안보게 되어서 너무 기쁜 마음이다.
****회사 퇴사 기간
퇴직 의사를 1달 전에 밝혀야 한다는 민법 기준이 있다. 위법이 아니라, 퇴직 의사를 1달 전에 밝히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 의사를 밝히고 한 달이라는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민법으로 고소할 회사가 어디 있으며, 고소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그 손해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별 일이 다있고, 찜찜하기도 하고, 도리라는 게 있으니..(응? 그 도리 왜 나만 지켜?) 그리고 대충 눈치로 알 것이다. 1주일 전에 말해도 되는 회사인지, 1달 전에 말해야 되는 회사인지.
1주일 전에 그만둔다고 말하면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꼭 한 달전에 퇴사 의사를 말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 구해놓고 나가라, 인수인계 다 하고 나가라, 두 달 뒤에 나가라, 이런말은 정확하게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다.
****내 마음 비우기
퇴사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그만두기 전 사람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 이정도면 다닐만한데? 라는 생각까지도 잠깐 들 수 있다. 업무과다로 인한 퇴사는 퇴사전에 일을 더 맡기지 않기에 이유가 사라져서 좋아보이는 것이고, 사람이 싫어서 하는 퇴사는 퇴사 전 슈퍼파워를 가진 회사 말년 퇴직예정자에게 굳이 입을 대지 않기 때문이고. 그외 기타 등등. 퇴사 전에는 그렇게나 커보였던 불행이 풍선처럼 두둥실, 스무스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 착각이다.
그리고 어차피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좋든 싫든 모든 죄를 뒤집어쓰게 되어 있다. 남겨진 사람이 그 곳에서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떠난 뒤 이곳에서 '내가 없는 이름 뿐인 나'가 겪을 수모를 두려워하지 말자.
하지만, 또다시
아마,, 6개월에서 11개월 쯤 쉬고 난 그 빌어먹을 회사를 다시 가려고 이력서를 수정하겠지. 1년까지 쉬어버리면 내 안의 죄책감이 꿈틀거릴 것만 같아서. 막상 일 할 때 좋아하는 즐거운 부분도 있고, 너무 오래 쉬면 패턴을 다 잃어버릴 것 같기도 하고. 또 모르지. 나는 계획적이면서도 즉흥적인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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