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생각생각

서른 중반 퇴사 고민 회사 vs 나 하지만 결정의 책임은

by 햅뻔 2022. 2. 10.
반응형

열심히 해보겠다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들어간 회사에 그럭저럭 적응해서 잘 다니다 박차고 나오기까지 적응하려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한 만큼 회사 퇴사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의 성향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나에게는 여기에 나이도 포함된다. 예전에 퇴사를 고민할 때는 말 그대로 '퇴사고민'이었는데 이제는 서른 중반 퇴사 고민이라는, 나이대까지 붙여서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 그리고 고민의 시간이 더 길어졌다. 미약하게나마 조금 알게 되어서 더 어렵달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일단 내가 문제인지 회사가 문제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왜냐하면 퇴사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히 과거의 나를 꺼내보고 들여다보면, 내가 여태껏 고만고만한 이유로 퇴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똑같은 이유로 그리고 내가 잘못해서 또 이렇게 되었나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퇴사 고민을 거듭하다보면 어떤 날에는 나에게 슈퍼파워를 부여하여, 나 빼고 모든 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어떤 날에는 별달리 매력도 없는 회사를 내 머릿속 한껏 부풀려 치장을 해서 계속 누리고 싶도록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회사에 악덕 이미지를 씌워 악마의 소굴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정말 왔다 갔다 한다. 그렇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유들과 마음을 티 안나게 아주 조금씩 좀먹는 스트레스들로 나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퇴사 생각과 퇴사 고민을 한다. 내 아까운 저녁 시간을 퇴사 고민으로 채워, 저녁 시간까지 회사에 할애하게 된 것이다. 회사에서는 집에 가고 싶고, 집에 오면 회사 생각만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

반응형
언제부터일까?

내가 이런 고민을 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알게 되면 이유를 찾고 정답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이유를 찾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아니면 사회생활이 참는 것을 배워가는 것이라면, 조금씩 생겨난 상처가 틈이 벌어져 봉합과 봉합을 거듭하다 더 이상 복구할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다시 봉합하는 중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요즘 시대에 평생 직장은 없다는 거다. 다만 시기의 문제이다. 회사를 그만 두는 시기는 인생의 계획 중 몇 년 뒤가 될 수도 있고, 정년(본격적인 일을 그만두는 시기에서의 정년)을 목표로 할 수도 있고, 당장 몇 개월 후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당장 그만두지 않고는 못 배길 수도 있다. 보통 마지막의 경우는 인간 관계의 문제가 커서, 이 경우는 당장 먹고 살 걱정으로 힘든 것이 아니라면 그만두는 것이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서라도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와 비슷한 삼십대 중후반 정도일 때 말이다. 그 정도의 나이대라면 DDORAI 질량 보존의 법칙을 알테니까. DDORAI는 어딜가나 있다. 얘가 DDORAI인데 얘가 나가면 쟤가 DDORAI었다가, 쟤가 멀쩡해지면 다른사람이 DDORAI가 되고, 회사에 DDORAI가 아무도 없다면 그건 바로 내가 그 DDORAI일수도 있다는거.. 아무튼 DDORAI 질량 보존은 무한대로 계속 된다는 것, 내가 아는 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맞는거다.

 

 

생각이 없어 보이고 즉흥적으로 사는 것 같아 보여도 누구나 고민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철저하게 미래를 그리거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미래 지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퇴사 고민도 없이 쉽사리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퇴사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좋아하는 다이어리 뒷면 한 면을 펼쳐서 왼쪽에는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은 이유를, 오른쪽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를 적어보았다.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적기만 해도 하루가 다 지나가버리고 자고 일어나면 출근..인데 자기 직전 시간이 되어버릴 수는 있다. 그래도 생각만 하는 것 보다 글로 적어보고, 적고난 뒤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꽤나 도움이 된다.

 

나로서는 너무 팽팽한 접전을 이루고 있어서 더 아리송해지긴 했지만,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느 쪽으로 치우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만두지 않아야 된다는 쪽이었고, 이게 몇 달을 더 다닐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심각한 이유가 아니라면 설은 지나고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나름의 결론이었다. 날 배신하지 않는 이 곳의 연봉협상 수준. 내 결정에 힘을 주는, 어제와 너무나도 똑같은 사람들. 나도 변하지 않으니, 불만은 없다. 2월은 사직서의 계절이다.

 

안녕 회사.
지긋지긋했고, 다신 보지 말자. 

 

하지만 사실 이 바닥이든 저 바닥이든 사람 일은 어떻게 어떤 식으로 연이 닿을 지 모르기 때문에, 회사와 안녕이라는 말을 할때는 퇴사까지 2주에서 한 달 내외의 적절한 여유 기간(업무마다 다르겠지만)과 적당한 수준의 인수인계는 필요하다고 본다. 회사의 생태계는 나머지 인원 만으로도 어떤 식으로는 돌아가기 때문에, 두고 가는 사람들 걱정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인수인계 해봤자 다 전달 되지도 않기에 적당한 수준의 인수인계가 맞다고 본다. 그래서 아직 사직서는 제출 전이고(2월이 다 가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아직도 이시국에 오버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가 더 싫을 뿐, 날 기다리는 퇴사가 멋진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참 복잡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고민도 응원합니다.

 

 

 

 

 

반응형

댓글